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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녀소송 방어 전략, 인정과 부인의 이분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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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분법의 오류, 인정과 부인 사이에 있는 것들

상간녀소송의 소장을 받은 피고가 답변의 방향을 정할 때 떠올리는 선택지는 둘로 보이는데, 인정할 것인가 부인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소송의 방어란 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고, 고른 뒤에는 그 방향으로 소장 전체에 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소송의 결론은 결국 청구가 인용되는지 기각되는지로 갈리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사실 민사소송에서 피고의 답은 둘이 아니라 넷입니다. 인정과 부인 외에 '부지'가 있고, 그 셋과 별개의 층에 '항변'이 있습니다.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상간소송의 소장이 하나의 사실로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어떤 관계였는지, 피고가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원고의 혼인생활이 어떤 상태였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원고가 어떤 고통을 입었는지가 모두 다른 사실이고, 피고는 그 사실마다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어떤 사실은 피고가 겪은 일이고, 어떤 사실은 피고가 알 수 없는 일이며, 어떤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그 위에 덧붙일 말이 있는 일입니다. 이 글은 그 네 가지 답이 각각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는지를 보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장의 주장은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요?

2. 사실관계의 분해, 소장의 주장을 쪼개어 사실마다 답하는 방법

소장의 청구원인은 하나의 서사로 쓰여 옵니다. 피고가 원고의 배우자와 언제부터 만나 어떤 관계를 이어 왔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가정이 어떻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서사가 아니라 사실이고,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1항이 자백간주의 단위로 삼는 것도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 하나하나입니다. 그러므로 피고가 먼저 할 일은 그 서사를 사실의 단위로 쪼개는 것입니다. 만남의 시기, 만남의 횟수와 방식, 관계의 성격, 혼인 사실을 알게 된 시점과 경위, 관계가 끝난 시점, 발각 이후의 연락, 원고 부부의 혼인생활 상태, 원고가 입었다는 고통의 내용으로 나누어 놓으면, 소장 한 장이 열 개 안팎의 사실로 바뀝니다.

이렇게 나누어 놓고 보면 사실마다 피고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만남의 시기와 방식은 피고 자신이 겪은 일이어서 인정하거나 부인할 수 있는 사실이고, 원고 부부의 혼인생활 상태나 원고의 고통은 피고가 겪지 않은 일이어서 인정도 부인도 할 수 없는 사실이며, 관계의 성격이나 혼인 사실의 인식은 피고가 겪은 일이지만 원고의 서술과 다르게 겪은 일일 수 있습니다. 쪼개어 보기 전에는 소장 전체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둘 중 하나로 보이던 것이, 쪼개어 보면 사실마다 다른 답이 필요한 목록이 됩니다. 그렇다면 겪지 않은 일에 대하여는 어떻게 답하여야 할까요?

3. 부인과 부지의 차이, 모른다고 답하는 것의 법적 의미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2항은 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때에는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부지'의 답이고, 그 법적 효과는 부인과 같아서, 모른다고 답한 사실은 인정된 것으로 취급되지 않고, 원고가 증명하여야 할 사실로 남습니다. 부인과 부지의 차이는 효과가 아니라 진술의 성질에 있는데, 부인은 그 사실이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부지는 그 사실이 있었는지 자신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가 방어에서 갖는 의미는 신빙성에 있습니다. 피고가 알 수 없는 사실, 예컨대 원고 부부가 그 기간에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원고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피고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하면, 그것은 피고가 알 수 없는 것을 단정한 진술이 되어 피고의 다른 진술까지 믿기 어렵게 만듭니다. 반대로 같은 사실에 대하여 모른다고 답하면, 다툰 것으로 추정되는 효과는 그대로 얻으면서 피고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가려 말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므로 부지는 부인의 약한 형태가 아니라 피고가 겪지 않은 사실에 대한 올바른 답이고, 겪은 사실을 모른다고 답하는 것은 거꾸로 신빙성을 깎는 일입니다. 인정과 부인의 이분법이 놓치는 첫 번째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정하여야 하는 사실에 대하여는 할 말이 없는 것일까요?

4. 인정하는 경우의 항변, 파탄과 시효 그리고 배우자의 변제

인정과 부인의 이분법이 놓치는 두 번째 답이 '항변'입니다. 항변은 원고가 주장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청구가 인용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부인과 달리 그 별개의 사실은 피고가 증명하여야 합니다. 상간소송에서 생각할 수 있는 항변은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파탄의 항변인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판결은 부정행위 당시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제3자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 파탄 상태는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부정행위를 인정하더라도 그 당시 혼인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는 별개의 사실을 피고가 세우는 것이고, 이것은 부인이 아니라 항변입니다. 둘째는 소멸시효의 항변으로,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원고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났다면 부정행위를 인정하더라도 청구권은 소멸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고, 그 기산점이 되는 사실은 피고가 증명하여야 합니다. 셋째는 배우자의 변제인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은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제3자가 부진정연대채무를 지므로 배우자가 위자료를 지급하였다면 그 효과가 제3자에게도 미치고, 배우자가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사정은 제3자의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원고가 이미 배우자로부터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들어 책임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고, 이 역시 인정 위에 세우는 주장입니다.

세 갈래의 공통점은 소장의 사실을 다투지 않고도 결론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근거가 되는 사실은 피고가 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인은 원고의 증명을 기다리는 수비이고, 항변은 피고가 증명에 나서는 공격입니다. 그렇다면 이 네 가지 답을 어떻게 한 장의 답변서에 배치하여야 할까요?

5. 방어의 설계, 다툴 것과 인정할 것 그리고 부연설명

방어의 설계는 2절에서 나눈 사실 목록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사실마다 피고가 겪은 일인지 아닌지, 겪었다면 원고의 서술과 같은지 다른지, 원고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인정할 것과 부인할 것과 모른다고 할 것을 가릅니다. 다툴 것은 원고가 증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사실이거나 원고의 서술과 다르게 겪은 사실이고, 인정할 것은 원고가 증명할 수 있고 피고도 다르게 겪지 않은 사실입니다. 이 가름이 끝나면 인정한 사실 위에 세울 항변이 있는지를 보고, 있다면 그 요건사실과 증거를 함께 준비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인정과 부인과 항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네 번째 층이 있는데, 그것이 부연설명입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이 위자료 산정에서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를 참작하도록 한 것처럼,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도 그 경위와 동기, 관계가 끝난 사정, 발각 이후의 태도를 설명하는 것은 사실을 다투는 것이 아니면서 위자료의 액수에 들어가는 사정을 법원에 보이는 일입니다. 이것은 다툼이 아니라 설명이고, 그래서 인정한 사실에 붙이는 것이며, 부인한 사실에 붙이면 앞뒤가 맞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상간녀소송의 방어는 인정이냐 부인이냐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사실마다 인정⁠·⁠부인⁠·⁠부지 중 하나를 정하고, 인정한 사실 위에 항변을 세우고, 다시 그 위에 참작될 사정을 설명으로 붙이는 여러 층의 작업입니다. 이분법으로 보면 인정은 패배이고 부인은 저항이지만, 네 가지 답으로 보면 인정은 항변과 설명의 토대이고 부인은 그중 한 수단일 뿐입니다.

상간녀소송의 소장을 받고 인정과 부인 사이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답변서를 내기 전에 소장의 사실을 나누는 일부터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글로 다 담지 못한 사정은,
상담에서 함께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