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특유재산의 개념과 재산분할에서의 위치, 원칙적 제외와 예외적 포함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의 재산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각자의 것으로 두는 부부별산제를 택하고 있고, 특유재산은 그 별산제의 기본 단위입니다. 그런데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은 제839조의2 제2항에 따라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나누는 제도이므로, 특유재산과 분할대상 재산은 처음부터 다른 개념 위에 서 있습니다. 하나는 명의와 취득 시기로 정해지는 소유의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협력의 유무로 정해지는 청산의 개념입니다.
이 둘의 관계를 정한 것이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1493 판결입니다.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원칙은 제외이고 예외는 포함인데, 이혼소송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것은 그 예외가 적용되는지, 바꾸어 말하면 '특유재산성'이 끝까지 지켜지는지입니다. 이 글은 어떤 경우에 그 특유재산성이 인정되어 재산이 분할에서 빠지는지를 보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유재산성이 인정되는 전형은 무엇일까요?
2. 특유재산성이 인정되는 전형적 사례, 혼인 전 재산과 상속·증여 재산
특유재산성이 가장 선명하게 인정되는 것은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입니다. 제830조 제1항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을 특유재산의 첫 자리에 둔 것은 그 재산의 형성에 상대방이 협력할 여지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입니다. 혼인 전에 모은 예금, 혼인 전에 산 부동산, 혼인 전에 받은 상속재산은 그 형성 과정에 배우자가 없었으므로 '형성'에 대한 협력은 문제될 수 없고, 남는 것은 뒤에서 볼 유지와 증식의 문제뿐입니다.
다음으로 혼인 중에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재산이 있습니다. 혼인 중에 취득하였더라도 그것이 부부의 협력이 아니라 부모나 친족의 사망 또는 의사에 의하여 일방에게 귀속된 것이라면, 그 취득에 상대방이 기여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 혼인 전 재산과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결혼 생활 중에 받은 것이면 모두 부부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그 재산으로 함께 생활하였다면 그렇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법은 취득의 원인을 묻고, 상속과 증여는 협력이 아니라 무상의 이전이어서 그 자체로는 분할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은 부부 일방의 부모 등이 부부나 그 가족에게 한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이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하였다면 이를 그 일방의 기여로 보아 재산분할에 참작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고 하였으므로, 부모의 지원은 특유재산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지원받은 쪽의 기여도를 높이는 사정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그 지원이 일방에게 귀속된 재산인지 부부의 공동재산 형성에 쓰인 돈인지에 따라 갈립니다. 그렇다면 특유재산성은 어디에서 무너지는 것일까요?
3. 특유재산성이 부인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지와 증식에 대한 협력
특유재산성이 무너지는 지점은 위 97므1486 판결이 든 예외, 즉 다른 일방의 '유지와 증식에 대한 협력'입니다.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의 사안이 그 전형인데, 혼인 전에 피고의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하여, 원고가 가사를 전담하는 외에 가업으로 운영하던 24시간 잡화상에서 경리 업무를 전담하면서 경영에 참여하여 가사비용의 조달에 협력하였다면 그 특유재산의 감소 방지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분할대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재산의 취득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그 재산을 팔지 않고 지킬 수 있게 한 협력이 있었다면 특유재산성은 그만큼 물러나는 것입니다.
이 논리는 최근의 판결에서도 되풀이되었습니다.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므10730 판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협력에는 재산을 취득함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재산을 유지 또는 증식함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고 하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특유재산성이 부인되는 이유는 그 재산을 처음에 누가 가져왔는가가 바뀌어서가 아니라, 혼인생활 동안 그 재산이 유지되고 늘어난 데에 상대방의 몫이 섞여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특유재산성을 지키려는 쪽은 취득의 원인만 증명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그 뒤의 유지와 증식에 상대방의 협력이 없었다는 점까지 보여야 하며, 반대로 분할을 구하는 쪽은 취득을 다툴 필요 없이 유지와 증식에 대한 자신의 협력을 보이면 됩니다. 그렇다면 그 협력은 무엇과 함께 커지는 것일까요?
4. 혼인기간과 특유재산성, 시간의 경과가 미치는 영향
유지와 증식에 대한 협력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쌓입니다. 가사를 전담하여 상대방이 재산을 지키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한 것, 생활비를 함께 조달하여 그 재산을 처분하지 않고 남겨 둘 수 있게 한 것, 그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관리한 것은 모두 날마다 이루어지는 일이고, 혼인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양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같은 상속재산이라도 혼인 직후에 이혼하는 경우와 수십 년의 혼인 뒤에 이혼하는 경우에 특유재산성이 같은 무게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전자에서는 유지와 증식에 협력할 시간 자체가 없었고, 후자에서는 그 재산이 유지된 것 자체가 두 사람의 생활 위에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은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특유재산성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 97므1486 판결이 요구한 것은 '적극적으로' 유지에 협력하였다는 인정이고, 긴 혼인 중에도 그 재산이 상대방의 어떤 협력과도 무관하게 따로 관리되었다면 특유재산성은 남습니다. 혼인기간은 협력이 쌓일 수 있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지 협력 그 자체는 아니어서, 기간이 길면 협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을 증명할 재료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유재산성을 다투는 쪽은 무엇을 증명하여야 할까요?
5. 특유재산 주장의 증명, 자금 출처와 유지 경위의 자료
특유재산성을 주장하는 쪽이 증명할 것은 두 층입니다. 첫 층은 취득의 원인으로, 그 재산이 혼인 전부터 있었다는 것 또는 혼인 중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하였다는 것입니다. 혼인 전의 예금 잔액과 부동산 등기,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나 증여계약서, 자금이 이동한 경로가 그 자료이고, 특히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이라면 그 매수 자금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보여야 합니다. 상속받은 돈으로 산 부동산은 명의와 취득 시기만 보면 혼인 중 취득 재산이어서, 자금 출처를 증명하지 못하면 특유재산성은 처음부터 서지 않습니다.
둘째 층은 유지의 경위로, 그 재산이 혼인생활과 분리되어 관리되었고 상대방의 협력 없이 유지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재산에서 나온 수익이 공동생활비로 쓰이지 않았는지,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공동재산이 투입되지 않았는지, 상대방이 그 재산의 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는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3절에서 본 것처럼 분할을 구하는 쪽은 이 층에서 자신의 협력을 보이려 할 것이므로, 특유재산성을 지키려는 쪽은 바로 이 층에서 협력이 없었다는 점을 자료로 세워야 합니다.
결국 특유재산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취득의 원인이 부부의 협력 밖에 있고, 그 뒤의 유지와 증식에도 상대방의 적극적 협력이 섞이지 않은 경우입니다. 앞의 것은 자금 출처로, 뒤의 것은 유지 경위로 증명되고, 둘 중 하나가 비면 특유재산성은 그만큼 물러나 분할대상 안으로 들어옵니다.
혼인 전 재산이나 상속·증여 재산을 재산분할에서 지키고자 하시는 상황이라면, 자금 출처와 유지 경위를 어떻게 증명할지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