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비율과 범위, 재산분할의 결과를 정하는 두 변수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을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비율입니다. 몇 대 몇으로 나누게 되는지, 자신은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그 질문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재산분할의 결과가 이 비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비율이 결과를 정하는 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그것은 두 변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재산분할의 결과는 분할대상 재산의 범위에 비율을 곱한 값이고, 범위가 정해지지 않으면 비율은 무엇에 곱할지 모르는 숫자에 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구조에서 보면 같은 비율이라도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율이 절반이더라도 상대방 명의의 재산 대부분이 분할대상에서 빠지면 받을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비율이 낮더라도 숨겨진 재산과 장래의 권리까지 분할대상에 들어오면 받을 것이 커집니다. 그래서 재산분할의 다툼은 비율의 다툼이기 이전에 범위의 다툼이고, 어느 재산이 분할대상에 들어가고 어느 재산이 빠지는지를 정하는 것이 비율을 정하는 것보다 먼저입니다. 이 글은 그 범위를 정하는 기준을 보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할대상 재산의 원칙은 무엇일까요?
2. 분할대상 재산의 원칙, 명의와 무관한 실질적 공동재산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제도의 성격을 분명하게 밝혔는데, 재산분할 제도는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이는 민법이 제830조에서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할 때는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나누어 귀속시키려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범위의 첫 기준이 나옵니다. 분할대상인지를 가르는 것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입니다. 상대방 명의라도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이면 분할대상이고, 자기 명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1493 판결이 말한 것처럼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대상이 되지 않지만,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증식에 협력한 경우에는 분할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분할대상 재산의 범위는 명의로 그어지는 선이 아니라 협력의 유무로 그어지는 선이고, 그 선을 어디에 긋느냐가 범위의 다툼입니다. 그렇다면 재산이 아니라 빚은 어떻게 될까요?
3. 소극재산의 포함, 채무 분할의 의미
범위를 셀 때 적극재산만 세는 것은 절반만 세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 97므1486 판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외에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채무로서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인 경우에는 청산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집을 사면서 받은 대출,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위하여 진 빚은 분할대상 재산에서 빼는 소극재산이 되고, 그 결과 분할대상이 되는 것은 적극재산의 총액이 아니라 적극재산에서 공동의 채무를 뺀 순재산입니다.
그렇다면 빚이 재산보다 많으면 어떻게 될까요? 위 2010므4071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 답을 바꾸었습니다. 종래의 판례는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면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 판결은 그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악화되는 경우에는 채무 부담의 경위와 용처,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 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을 종합하여 분담 여부와 방법을 정할 것이고, 적극재산처럼 일률적인 비율로 당연히 귀속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재산분할의 범위에는 빚도 들어가고, 빚만 남은 혼인에서도 재산분할은 가능하며, 그 경우의 분할은 빚을 어떻게 나누어 질 것인가의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재산과 빚 외에 범위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일까요?
4. 재산분할 범위의 확장, 퇴직급여와 주식과 장래의 권리
분할대상 재산의 범위는 부동산과 예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혼 당시 아직 재직 중이어서 받지 않은 퇴직급여라도 사실심 변론종결 시에 잠재적으로 존재하여 경제적 가치의 현실적 평가가 가능한 재산이면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고, 그 시점에서 퇴직할 경우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이 그 대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미 받고 있는 연금의 수급권도 같은 날의 다른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할대상에 들어왔습니다. 즉 아직 손에 들어오지 않은 장래의 권리도 그 가치를 지금 평가할 수 있다면 범위 안에 있습니다.
회사의 주식도 범위 안에 있습니다.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므16033, 16040 판결은 비상장주식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비상장주식은 공개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소수 주식을 분할받은 쪽은 환가도 경영 참여도 어렵다는 특성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재산을 일방의 소유로 하고 상대방에게 금전을 지급하게 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그것만으로 당사자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에는 현물분할 등 여러 방법을 혼용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판결이 보여 주는 것은 범위와 방법이 이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재산이 범위에 들어오면 그 재산의 성질에 맞는 분할 방법까지 따라오고, 비상장주식처럼 나누기 어려운 재산일수록 그 재산을 가진 쪽이 재산을 갖고 상대방이 돈으로 받는 구조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범위는 어떻게 다투어지는 것일까요?
5. 재산분할 범위의 다툼, 기준시점과 자료의 확보
범위의 다툼에는 두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점입니다. 위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이 퇴직급여의 평가 시점을 사실심 변론종결 시로 잡은 것처럼, 분할대상 재산과 그 가액은 원칙적으로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변론종결일 사이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일방의 후발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변동된 재산은 분할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하고, 따라서 파탄 이후 일방이 부부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적극재산을 처분하였다면 그 재산을 변론종결일에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파탄 뒤에 상대방이 재산을 써 버렸다고 하여 범위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고, 그 처분이 공동생활과 무관하였다는 점을 세우면 있던 것으로 보아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축은 자료입니다. 범위는 주장만으로 넓어지지 않고, 상대방 명의의 재산이 무엇인지, 그것이 혼인 중 형성되었는지, 채무가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한 것인지, 파탄 뒤의 처분이 공동생활과 무관하였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있어야 넓어집니다. 그래서 범위의 다툼은 법리의 다툼이면서 동시에 자료의 다툼이고, 상대방의 재산을 찾아내는 일과 그 재산이 범위에 들어온다는 법리를 세우는 일은 한 짝입니다.
결국 재산분할의 비율이 전부가 아닌 이유는 비율이 곱해지는 대상이 따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대상은 명의가 아니라 협력으로 그어지고, 빚을 포함하며, 아직 받지 않은 퇴직급여와 주식과 같은 장래의 권리까지 뻗어 있고, 파탄 뒤에 사라진 재산까지 되살려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범위를 먼저 정하여 놓지 않은 채 비율만을 다투는 것은, 곱할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숫자를 다투는 것이어서 결과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혼 재산분할에서 몇 대 몇이 될지를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비율보다 먼저 어느 재산이 분할대상에 들어가는지를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